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용산전자상가의 추억, 아들과 함께 다시 걷다

by redrich9 2025. 5. 19.
반응형

아들과 함께 한 용산전자상가
아들과 함께 한 용산전자상가

 

상상의 공간, 마이컴 속 용산

내게 용산전자상가는 단순한 전자제품 쇼핑 장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어린 시절 마음속에서만 존재했던, 만져보지 못한 동경의 공간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유튜브 속 키즈 유튜버를 따라하거나, VR 게임 세계에 빠져드는 것처럼, 나에게는 ‘마이컴’ 잡지 속 용산전자상가가 그런 세계였다. 잡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새로운 부품과 기계들, 그리고 용산이라는 이름이 주는 설렘이 어린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부모님은 나에게 늘 관심이 많으셨다. 하지만 그때 나는 아직 국민학생이었고, 용산은 어린아이 혼자 가기엔 너무 먼 세상이었다. 그래서 그곳은 내게 늘 손에 닿지 않는, 잡힐 듯 말 듯한 동경의 공간으로만 남아 있었다. 학교가 끝난 오후, 집에 돌아와 마이컴을 펼쳐놓고 앉으면 마치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지금 생각하면 참 순수하고 귀엽기까지 한 기억이지만, 그때의 나는 진지했다. 신문지 위에 조립도면을 펴놓고 미래의 내 컴퓨터 방을 상상했다. 키보드 소리, 모니터의 깜빡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게임 사운드까지 머릿속에 생생했다.

처음 밟은 전자상가의 땅

실제 그 공간을 처음 밟게 된 건 중학생이 되고 나서였다. 부모님과 함께 워크맨을 사러 간다는 핑계로, 나는 처음 용산역에 내렸다. 그날의 공기, 붐비던 거리, 전자제품 특유의 플라스틱 냄새가 아직도 기억난다. 눈앞에 펼쳐진 전자제품의 천국은 마치 다른 차원 같았다. 매장마다 울려 퍼지는 데모 음악, 진열장을 가득 채운 부품과 기기들, 그리고 그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그중에는 나처럼 초롱초롱한 눈을 한 또래도 있었고, 전문가처럼 보이는 어른들도 있었다. 나는 숨죽인 채 구경만 했지만, 그 안에서 나는 온몸으로 흥분하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한 청춘의 공간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친구들과 함께 용산에 자주 갔다. 시험이 끝난 날, 돈을 조금씩 모아 CPU를 사거나, 친구와 함께 중고 그래픽카드를 찾아 돌아다니는 게 우리만의 작은 이벤트였다. 인터넷 가격 비교가 활발하지 않던 시절, 직접 발품을 팔아 최저가를 찾는 과정 자체가 모험이었다. 흥정이 잘 되어 웃으며 매장을 나올 때의 기쁨은 지금 쇼핑몰에서 클릭 한 번으로 물건을 사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취감이었다. 그렇게 용산전자상가는 나의 청소년기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아들과 함께 다시 찾은 그 거리

시간은 흘렀고, 이제는 나도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되었다. 내게는 너무나 특별했던 그 공간을, 내 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아직 전자기기와 게임기에 호기심 가득한 유치원생인 아들에게, 내가 느꼈던 그 설렘을 나눠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주말 오후, 오랜만에 용산전자상가를 찾았다. 나 혼자였다면 아마 한동안 잊고 지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빠, 게임기 진짜 파는 데 가보고 싶어'라는 아들의 말 한마디에 다시 그 이름이 떠올랐다.

변해버린 풍경, 사라진 상가

그러나 그곳은 내가 기억하던 그 용산이 아니었다. 상가 건물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일부는 이미 철거가 진행 중이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더 한산했고, 곳곳에는 공사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예전의 북적임은 온데간데없고, 폐허에 가까운 조용한 분위기만이 남아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간판들도 많이 사라졌고, 남아 있는 간판마저 바랜 채 무력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곳의 상인 한 분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여긴 주상복합으로 재개발됩니다. 일부 공간만 전자상가로 남겠지만, 그것도 확실치 않아요.” 그의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이 공간을 지켜온 사람의 애정과 아쉬움이 묻어났다. 나 역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유년과 청춘을 채워준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 그건 단순한 변화가 아니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떠나보내는 기분이었다.

과거의 감정, 아들의 눈빛 속에서 다시 보다

아들과 함께 걷는 그 거리는 내게는 추억이 가득한 장소였지만, 아들에게는 단지 새로운 경험의 장소였을 것이다. 그러나 전시된 게임기 앞에서 신기한 듯 눈을 반짝이던 아들의 모습은, 문득 나의 과거를 현재로 끌어왔다. 비록 공간은 변했지만, 기술에 대한 설렘과 호기심이라는 감정은 그대로였다. 아들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게임기를 만져보고, 조이스틱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이거 사면 우리 집에 오락실 생기는 거야?" 하고 웃었다. 그 순간, 나는 잠시나마 시간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추억을 쌓는 우리의 시간

돌아오는 길,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사라져가는 공간 속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용산은 이제 예전의 모습이 아닐지라도, 나와 아들 사이에는 이 하루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아들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겠지. “어릴 때, 아빠랑 용산전자상가에 간 적 있어요.”

Q&A 섹션

Q1. 용산전자상가는 지금도 운영 중인가요?

A. 예전 같은 규모는 아니지만, 일부 상가는 여전히 운영 중입니다. 그러나 많은 매장이 철수했고, 재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Q2. 용산에 가면 아이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나요?

A. 게임기나 키덜트 관련 전자제품 구경, 인근 용산역사박물관이나 아이파크몰 방문 등을 추천드립니다.

Q3. 용산전자상가가 쇠퇴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인터넷 쇼핑의 확산, 임대료 상승, 시설 노후화, 재개발 등이 주요 원인입니다.

Q4. 마이컴이란 무엇인가요?

A. 80~90년대 초반에 발행되던 컴퓨터 전문 잡지로, 당대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준 간행물이었습니다.

Q5. 전자상가 대신 갈 만한 곳이 있나요?

A.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 신도림 테크노마트, 남대문 세운상가 등도 전자제품 관련 쇼핑이 가능합니다.

반응형